“지적장애인, 말 안 들었다” 감금·폭행·암매장한 일당의 변명

입력 2019-09-18 16:35

지적장애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살인과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A씨(28)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이다. 경찰은 범행을 도운 피의자 1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A씨 일당은 지난달 18일 오후 익산 한 원룸에서 여성 B씨(20)를 주먹과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경남 거창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는 SNS를 통해 알게 됐으며 지난 6월부터 자신들의 원룸에 데려와 동거를 시작했다. 이들이 한집에서 사는 동안 B씨를 향한 일당의 구타와 욕설은 끊임없이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지적장애를 앓는 B씨가 말을 듣지 않아 그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간의 상습 폭행 끝에 B씨가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적 장애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일당 중 한 명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경찰서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하 연합뉴스


A씨 일당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B씨가 사망한 당일 이들은 시신을 차량에 싣고 원룸에서 약 134㎞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그리고는 거창의 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경찰은 이 지역이 피의자 중 한 명의 친척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시신 유기 장소로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A씨 일당이 살던 원룸에 감금된 피해자는 또 있었다. 이 사건 역시 B씨와 함께 감금됐던 C씨(31)의 부모가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C씨는 지난 15일 원룸을 빠져 나와 친구 집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이내 A씨 일당에게 발각돼 다시 원룸으로 끌려갔다. 이를 알게 된 C씨의 친구가 C씨 부모에게 이 사실을 모두 전해 수사가 시작됐다.

A씨 일당이 사용한 승용차

경찰은 C씨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사건 현장인 원룸에 도착했고 감금돼 있던 C씨를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살해된 사실도 확인했다. C씨의 몸에서는 별다른 상처나 구타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B씨를 살해한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이 B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살해 동기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피의자들이 B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폭행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