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칠레에 최남단 항구 사용 요청…남극 탐사경쟁 가속

입력 2019-09-18 16:34
남극 대륙에 있는 중국 쿤룬 기지.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남극 탐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칠레의 남쪽 항구를 중간 거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칠레 항구 사용권을 얻으면 인력과 자재를 수송하기가 훨씬 용이해져 남극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중국 남극 공동협력위원회 1차 회의에서 칠레 남쪽 푼타아레나스 항구 이용 문제를 놓고 중국과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칠레 당국은 중국 탐사선에 푼타아레나스 항구 접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푼타아레나스 항구는 남극을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칠레 외무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푼타아레나스를 해상 및 항공으로 자재와 인력을 수송하는 거점 항구로 사용하려 한다”며 “남극 대륙의 탐사 기지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극 고지대 탐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열린 이번 산티아고 회의는 지구 극지방 탐사와 연구에 적극적인 중국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극지 탐험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한 뒤 남극 탐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남극 동부 지역 빙원의 중산 기지에서 28㎞ 떨어진 곳에 약 1.5㎞의 활주로를 갖춘 영구 비행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중국은 해발 4093m로 남극에서 가장 높은 산인 ‘돔 아르구스’를 2005년 처음으로 탐험하고 인근에 2009년 쿤룬기지를 세웠다. 쿤룬 기지는 천체 관측용 전파 만원경 등을 갖춘 하계 기지다.

중국 정부는 돔 아르구스 일대를 ‘남극특별관리구역’(ASMA)으로 지정해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시도하지만 다른 나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상설 기지인 창청(長城)기지와 중산기지를 건설했고, 쿤룬 기지와 타이산 기지 등 하계기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2년을 목표로 5번째 기지를 건설 중이다.

미국은 쿤룬기지에서 약 100㎞ 떨어진 지점에 임시 과학기지를 건립하는 등 중국의 ASMA 계획 및 남극 지역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임시 기지는 미 국방성의 후원을 받아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남극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남극 조약에 따라 남극 대륙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새로운 영유권 주장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노르웨이·뉴질랜드·아르헨티나·영국·호주·칠레·프랑스 등 남극 탐험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남극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주인없는 땅이란 인식 때문이었지만 이들 국가도 대체로 남극조약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