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내 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제관습법상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는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대사관 직원의 고용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주한핀란드대사관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가 주장한 ‘계약 갱신 기대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핀란드대사관 손을 들어 준 것이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 핀란드대사관에 근무했던 A씨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5년 핀란드대사관 계약직 홍보담당자로 채용됐지만, 2년 뒤 근로 관계 종료 통지를 받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없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대사관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대사관 측은 국제관습법인 ‘국가 및 그 재산의 관할권 면제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관할권 면제 협약)에 따라 A씨의 고용 문제에 대한민국의 사법적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임금상당액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라는 중노위 결정도 문제 삼았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비엔나협약)이 대사관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있는 만큼 이행강제금 부과가 불가능하니 중노위에서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관할권 면제 협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정부가 체결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사건 당시 핀란드대사관에는 A씨 포함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가 고용돼 있어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노위·중노위의 관할권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계약 갱신 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사관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의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약서에 계약기간 종료일이 명시돼 있고, 대사관에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관행도 형성돼 있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