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재판 주심으로 김상환 대법관이 지정됐다. 김 대법관은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 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사실상 최종 허가한 판사다.
대법원은 1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2부에 배당했다고 18일 밝혔다. 주심은 김 대법관으로 지정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모두 합쳐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았다고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최순실씨가 연루돼 있는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다. 지난달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분리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특활비 사건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3억원을 명령했다. 2심은 “일부 국고손실 혐의가 무죄”라며 징역 6년에서 5년으로 감형했다. 이에 따라 추징금도 27억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에서 2심 형량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징역 7년으로 늘어난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김상환 대법관이 특활비 사건 주심으로 선정된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김 대법관은 일선 법원 재판장으로 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인물이다.
김 대법관이 재판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담당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를 상대로 “재판 생중계를 일부 제한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신청을 각하하며 “재판부 결론을 방송을 통해 담담하게 알리는 것이 피고인에게 별도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일종의 제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고 사안 자체에 대한 국민 관심이 비상하므로 방송 허가를 정당화할 높은 수준의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