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양돈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에서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ASF 발병 농장을 출입한 차량이 강원도는 물론 경북 칠곡의 농장까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연천군 양돈 농가 돼지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를 한 한 결과 ASF로 확진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날인 17일 오전 파주의 한 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나온 두 번째 확진 사례다.
두 지역에서 확진 판정이 내려진 경기 북부지역은 ASF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파주와 연천을 비롯해 포천, 동두천, 김포, 강원도 철원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 지역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방역을 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ASF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6개 시·군간 공동방제단을 꾸리고 소독 차량을 총동원해 방역에 나선다. 소독제로 쓰이는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4배까지 늘려 축사 주변에 집중적으로 살포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점관리지역 내 돼지농장의 돼지반출금지 기간을 기존 1주에서 3주로 연장한다. 앞으로 3주 동안 경기·강원 지역 축사엔 임신진단사나 수의사, 컨설턴트, 사료업체 관계자 등 질병 치료 목적 이외의 사람이 출입하는 것을 제한키로 했다.
경기도와 맞닿은 강원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파주 농가를 거친 8대의 차량이 강원도 철원 18개, 홍천 5개, 화천 3개, 양구 1개 등 27개 농장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 차량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6일 사이 도내 농가를 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ASF 발생 농가와의 거리가 60㎞(파주)에서 30㎞(연천)로 하루 만에 절반으로 줄면서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이들 농장은 현재까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원은 ASF가 발생한 경기도 연천 농장과 30㎞가량 떨어져 있으며 75개 농가에서 16만200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방역대책본부장을 도지사로 격상하는 등 긴급 방역 활동에 돌입했다. ASF 잠복기를 고려해 매일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임상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정밀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도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한 11개 거점소독시설을 12개소로 늘리고, 통제초소도 6개소에서 10개소로 확대했다. 앞서 도는 멧돼지로부터 감염을 예방키 위해 비무장지대(DMZ) 차단 방역을 시행했으며, 차단 방역이 미흡한 특별관리지역의 51개 농가에 울타리 설치를 완료했다.
경북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ASF가 확진된 연천 농장을 지난 2일 출입한 축산 차량이 일주일 뒤인 9일 칠곡의 한 농장에 돼지를 공급하기 위해 들렀다. 칠곡 농장은 돼지 2700여마리를 사육 중이며 현재까지 예찰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전국 이동 중지 명령이 해제되면 해당 농가에 방역 전문가를 투입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혈청 검사도 할 방침이다. 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해당 농장 돼지와 차량 등의 이동을 이달 말까지 통제할 예정이다.
돼지고깃값도 들썩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수도권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은 ㎏당 6598원으로 전날 5812원보다 786원 올랐다. ASF 확진 판정 전날인 16일 경락가격이 4204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틀 사이 무려 2394원이나 오른 것이다. 또한 지난 17일 제주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도 ㎏당 6501원으로 전날 4952원보다 1549원 올랐다. 하루 만에 가격이 31%가량 치솟은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돼지열병 확진 발표가 난 17일 전날보다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폭등했다”며 “앞으로 돼지열병이 확산한다면 돼지 개체 수 감소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철원=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