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성공 이후에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조건이 훨씬 가혹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앞서 19일 시작되는 실무 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내에서도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내가 내년 선거에서 재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중국 관리들은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11월 3일 선거이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국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중국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가 곧 이뤄질 수도 있고, 대선 이전이나, 선거 다음날일 수도 있다”며 “만약 (무역합의가) 선거 후에 이뤄진다면, 결코 보지 못했던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고 중국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내가 선거에서 너무 쉽게 이길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선거 후에는 중국에 훨씬 더 (협상 조건이) 나쁠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그들도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19일 워싱턴DC에서 시작되는 미·중 무역협상 실무접촉을 앞두고 나왔다. 따라서 오는 10월초 열리는 고위급 무역협상에 앞서 재차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중국이 우리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고도 언급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거론하면서 내년 대선 이전에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적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미·중은 10월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최근 유화적인 제스처를 주고받았다. 중국은 최근 농약, 윤활유 등 16가지 미국산 품목을 25%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고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구매 재개를 절차에도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약 29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기를 2주간 늦춘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면 중단단계의 잠정합의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면, 미국은 대중 관세 연기나 완화를 하는 쪽으로 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내에서는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적절하지만 그의 접근방식은 중국이 미국 농가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유럽연합(EU) 및 나머지 국가들과 함께 다자간 협상을 했어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어떤 길을 택하든, 상대편이 우리 농부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중 무역전쟁이 이미 관세 문제를 넘어 훨씬 깊은 정치적·이념적 싸움으로 굳어진 상황이어서 이를 해결하는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조만간 열리는 무역협상에서 도출되는 어떠한 합의도 피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