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결국 한국 상륙…‘일주일’이 확산 고비

입력 2019-09-17 18:01
경기 파주시 양돈농가서 첫 발병 사례 나와
정부, 최고 수준의 대응 나서


일주일이 고비다. 한국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확인되자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 걸리는 바이러스성 출혈열로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방역 당국은 즉각 예방적 살처분 조치와 함께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주는 것도 금지시켰다. 심각성을 봤을 때 ‘지나칠 정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방역 당국은 일반적인 잠복기(4~7일)를 고려했을 때 추석 연휴 또는 그 직전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다른 농장으로의 전파 여부도 최소 7일은 지켜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전날 경기 파주시 소재 번식용 돼지 농장에서 폐사한 5마리 중 2마리의 혈청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후에는 경기 연천군에서도 추가로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농식품부는 확진 판정이 나온 농장주 일가가 별도로 운영하는 2곳의 농장을 포함해 3곳의 돼지(3950마리)를 예방 살처분했다. 3곳의 농장 사이를 오가는 차량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발병 농장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에 위치한 19곳의 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에 착수했다.

방역조치도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다. 첫 확진 시점을 기해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 Still)’을 내렸다. 경기도 소재 돼지 농장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다른 지역으로 돼지를 반출할 수 없게 조치했다. 전국 양돈 농가 6300곳을 일제소독하고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는지 전수 조사도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길 수 있는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행위도 금지했다. 현재 146곳의 농장에서 남은 음식물을 돼지 사료로 사용 중이다.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외부 유입 경로 차단에 나섰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외교부, 국토교통부, 관세청에 불법 축산가공품의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한 여행객 대상 홍보 강화를 지시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의 여객기, 선박에 대한 일제검사도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둘러 대응에 들어갔다. 돼지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충남은 경기도와 인접한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거점 소독시설,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차단 방역에 나섰다.

그러나 확산을 막았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농식품부는 바이러스 유입 시점을 지난주로 추정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는 4~19일이지만, 학계에선 4~7일이면 발병한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추석쯤에 감염됐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확산 여부도 같은 시간만큼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이 총리는 “주변 국가 전례를 보면 이 질병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매뉴얼대로 철저하고 신속히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손재호 박재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