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딜레마…‘중동’ 늪은 두렵고 약해보이긴 싫고

입력 2019-09-17 16:43 수정 2019-09-17 17: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놓고 신중한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무력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 대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그는 중동 문제라는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약해보이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이 이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가까운 미래에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란 배후설’에 대해 심증은 있으나 단정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장전 완료된 상태”라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지금 당장 옵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누가 이것(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했는지 확실히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무력 사용에 앞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문제 등을 포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말 열릴 뉴욕 유엔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고 “어떤 만남도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란)은 만나기를 원한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폼페이오 장관과 다른 사람들이 일정 시점에 사우디로 가서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이나 논의 내용에 대해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뒤 뉴멕시코주에서 열리는 집회를 위해 떠나기에 앞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군의 군사 공격이 있을 경우 사우디 시설 공격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엇갈리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다”면서 “그는 이란 배후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답한 뒤 명확한 증거를 요구하는 추가 물음에 대해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꼬집었다.

CNN은 이어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는 종이호랑이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 움직임도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대응이라는 카드를 쓰자니 중동이라는 늪에서 못 나올 것 같고, 외교적 해결을 시도하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딜레마에 트럼프 대통령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