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17일 소형 무인기(드론)를 잡는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의 석유시설이 최근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드론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북한의 드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
이번에 개발을 시작한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레이저를 표적에 직접 쏴 요격하는 최신 무기체계다. 방위사업청은 우선 사거리 2㎞에 들어온 표적을 출력 20㎾ 이상의 레이저로 잡는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 무기는 소형 무인기나 2개 이상의 회전날개로 비행하는 멀티콥터 등을 정밀 타격하는 기능을 갖추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레이저의 높은 열로 무인기를 쏴 타깃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떨어뜨리거나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별도의 탄을 장착하지 않고, 전기만 공급되면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에 불과한 저비용, 고효율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방위사업청은 2023년까지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올해부터 880억원이 투입된다. 앞으로 레이저 대공무기가 전투기나 위성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 사업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를 한국에서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른바 한국형 스타워즈 사업에 첫발을 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저 출력을 메가와트급 이상으로 올리는 기술을 확보할 경우 전투기뿐 아니라 대기권 밖의 표적까지 요격할 수 있다”며 “최종 목표는 우주 공간의 표적을 요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그동안 레이저 출력을 높이고 표적을 정확하게 조준하기 위한 핵심기술 연구를 진행해 왔다. 송창준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은 “레이저 대공무기 사업은 국방과학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무기 개발은 북한의 자폭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북한은 현재 상당한 수준의 드론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2014년에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 떨어진 북한의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분석한 결과 무인기 1대가 400~900g의 수류탄 1개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북한 무인기는 2017년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상공을 지나 돌아가다가 강원도 한 야산에 추락하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