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66) 여사가 고등학교 교사를 퇴직한 지 4년 만에 다시 교단으로 돌아왔다.
AP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브리지트 여사가 이날 파리 인근 클리시수브와에서 문을 연 성인 재교육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25~48세의 고등학교 중퇴자나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루이뷔통그룹이 주요 후원자로 나섰으며 프랑스어·역사·수학 등 기본 소양과 이력서 쓰는 요령 등의 취업용 실무 교육을 한다.
브리지트 여사는 소외 가정 청년의 사회 적응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이 학교의 개교에 깊이 관여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 교사로서 매달 1~2차례 9개월간 수업하게 된다. 퍼스트 레이디가 정기적으로 교단에 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브리지트 여사는 마크롱이 경제부 장관이던 2015년 남편 내조에 전념하겠다며 교직을 떠났다. 이날 학교엔 가지 않았지만 브리지트 여사는 AP통신에 “긴장된다”면서 “이 학교의 미션은 매우 중요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9개월간 진행되는 수업에는 브리지트 여사 외에도 운동선수, 예술가, 저명인사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파리 동북부의 클리시수부아는 프랑스 수도권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2005년 이슬람계 청소년 2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프랑스 소요 사태의 진원지가 됐던 곳이다. 당시 이슬람계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실업과 차별 등 사회적 불만이 겹쳐 폭발한 소요는 거의 두 달여 동안이나 지속돼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지난 2017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청년들이 폭탄 테러를 모의하다 검거되는 등 악명높은 곳이다.
브리지트 여사가 가르치게 될 클리시수부아의 성인 재교육 학교는 이민자 출신들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취업 기회를 잃음으로써 다시 범죄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브리지트 여사는 주로 책을 정해놓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프랑스 남부 발랑스에서도 이곳과 비슷한 성인 재교육 센터가 개교할 예정이며, 브리지트 여사는 발랑스에서도 가르칠 계획이다. 다만 프랑스 언론은 브리지트 여사가 2015년 퇴직 당시 근무하던 학교가 손꼽히는 부촌(富村)인 파리 16구의 사립학교였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브리지트 여사는 프랑스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94년 24세 연하의 제자인 마크롱 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첫 번째 남편과 이혼한 뒤 2007년 마크롱과 재혼했다. 어릴 적 성(姓)은 트로뇌이며, 트로뇌 가문은 아미앵에서 5대째 유명한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거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크롱과 달리 브리지트 여사는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가 높으며, 교육·장애인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다. 브리지트 여사의 일대기를 펴낸 작가 아바 다마시디는 “마크롱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면서 브리지트 여사가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