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유통·외식업계 긴장 “확산만 막으면…”

입력 2019-09-17 15:50 수정 2019-09-17 15:52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파주=최현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면서 유통·외식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당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를 지켜보며 상황에 맞게 대응해나가겠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선제적 대응으로 확산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돼지열병 국내 발병이 유통업계나 외식업계에 즉각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는 돼지열병 발생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들어오는 일부 상품에 대한 입고가 중단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비축 물량 이 충분하고 전국 단위에서 돼지고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이르지만 사태를 지켜보며 준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진 48시간 동안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가 있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돼지열병이 확산된다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미국·멕시코·스페인 등에서 수입육을 대량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 돼지고기 수입 확대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언제든 수입국을 정하고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사태가 장기화해 수급문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수입육 확보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본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산 돼지를 주로 취급하는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초기 상황인데다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에 당장 가격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협력 육가공 업체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급 불안정에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류독감이 심각했던 2016년에는 닭고기 가격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최근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삼겹살 기준)이 100g에 2000원 안팎인데, 삼겹살 한근(600g)을 사는데 2만원 이상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소규모 외식업체들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돈’을 앞세운 식당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면 손님이 크게 줄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방역이 최우선”이라며 “확산되는 것만 막으면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테니 관련 당국이 방역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수정 이택현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