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볼썽사나운 ‘8K TV전쟁’ “화면 깨진다” VS “별 안보인다”

입력 2019-09-17 15:34 수정 2019-09-17 17:15
LG전자 8K 올레드TV. LG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기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8K는 영상의 가로 해상도가 약 8000 픽셀인 고해상을 의미한다. 양사는 같은 날 시차를 두고 언론 설명회를 잇따라 열어 노골적으로 상대편 제품을 비방했다. 두 회사는 약속이나 한 듯 비교 시연을 통해 상대측 TV 기술을 경쟁적으로 깎아내리면서 볼썽사납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LG전자는 17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한 ‘디스플레이 기술 설명회’에서 삼성 QLED 8K TV와 LG 올레드 4K TV를 나란히 들고 나와 화질을 비교한 것은 물론 삼성 TV를 부품별로 분해해 전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삼성 8K TV를 통해 밤하늘 영상을 보여주면서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화질 선명도(CM) 값이 국제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TV를 해체해서 보여준 것은 QLED TV가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 일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앞서 LG전자는 이달초 IFA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 TV는)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폄하한 바 있다.

LG전자의 설명회에 이어 삼성전자도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의 용석우 상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LG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측이 강조하는 화질 선명도(CM)에 대해 8K 기술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삼성전자 QLED 8K TV.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날 시연을 통해 LG 8K 올레드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8K 이미지 파일과 8K 동영상을 띄운 결과 글씨가 뭉개지거나 화면이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 측이 먼저 자사 제품을 비방해서 방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8K 기술을 놓고 상호비방에 열을 올리는 것은 8K 주도권 선점이 향후 글로벌 TV 시장 장악을 위한 관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8K TV 시장이 당분간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데다 업스케일링(4K 이하 콘텐츠를 8K 화면으로 전환) 기술이 활성화하면서 ‘8K 대세론’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글로벌 TV 업계에서 한국의 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두 업체가 상호비방에 나선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두 업체의 경쟁이 향후 8K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