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서울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학생단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청소노동자 300여명은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서울대 제2 공학관 건물에서 일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38일 만이다.
최분조 민주노총 서울대분회장은 “17년 동안 학내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 시설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열악한 시설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채 발견돼도 학교는 ‘고인의 지병 때문’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35도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사소하지 않은 죽음’”이라며 “우리 사회와 학교 공동체에 불평등이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무책임하게 숨을 것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은 지난달 21일부터 3일 동안 서울대를 방문해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대는 지난 9일 조사 결과를 토대로 휴게실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번 조치가 청소노동자에 한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민주노총 서울대분회 부지부장은 “청소노동자뿐 아니라 기계·전기, 생활협동조합, 식당 노동자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서울대 관정도서관 터널에 마련된 추모공간으로 행진한 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공감하는 서울대 학생과 교수, 시민들 1만4000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학교 본부에 전달했다. 이후 서울대 총학생회실에 모여 서울대 노동환경 공대위 출범 관련 회의를 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