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성문 18차례, 엄마 살해하려 한 50대 딸 집유

입력 2019-09-17 12:30 수정 2019-09-17 14:55

어머니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존속살해 범죄는 엄벌하는 게 법원의 양형 방침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어머니의 선처 의사와 본인의 반성이 감형 요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1심이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한 것에 비해 대폭 감형됐다. A씨는 항소심에서 18차례 반성문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반성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어머니 B씨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범행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자녀를 대신 키우고 있는 어머니가 양육 대가로 과도한 생활비와 카드값을 요구한다고 생각해서다. A씨는 결혼 3년 만에 이혼했고 자녀들을 어머니 손에 맡긴 채 홀로 분가해 생활해왔다. 어머니 B씨는 “반대하는 결혼을 하더니 아이들까지 맡겨 고생시킨다”며 A씨를 자주 책망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사건 발생 3일 전, A씨의 딸은 B씨와 다툰 뒤 가출해 A씨를 찾아왔다. A씨는 비를 맞은 채 자신을 찾아온 딸을 보면서 화가 나 그릇된 마음을 품게 됐다. 자신과 어머니가 사라져야 자식들이 짐을 덜 것이라고 생각했다. 범행 당일 A씨는 어머니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독극물을 강제로 먹였다. 자신도 생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약물을 삼켰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자해를 시도했다. A씨는 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제지한 끝에 겨우 난동을 멈췄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5월 “경찰관이 범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충분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와 동거하던 자녀 모두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스스로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사건 당시 갖고 있던 우울증 증세가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