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경화-김현종 갈등 두고 “심한 정도 아니다”

입력 2019-09-17 11:50

청와대는 1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간 갈등설에 대해 “심하거나 그러지는 않다. 너무 확대해석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하다 보면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교부와 안보실이) 대단히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같이 일할수 없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외교부와 안보실 사이엔 협의와 논의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외교부는 안보실없이, 안보실은 외교부없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16일 김 차장과 영어로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통령 순방 때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느냐. 말미엔 영어로 싸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 사이의 언쟁은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벌어졌다. 사건은 순방 일정을 진두지휘한 김 차장이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의 수준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하다 막판엔 둘 다 영어로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선 두 사람의 갈등설이 수면 위로 부각되자 “터질 게 터졌다”는 관전평이 주를 이룬다. 김 차장은 최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외교· 이슈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그립을 세게 쥐고 이른바 ‘외교부 패싱’을 반복하자 강 장관이 이례적으로 누적된 불만을 표출했다는 시각이 많다.

외교가에선 차기 외교부 장관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1순위로 거론되는 김 차장의 과도한 자신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관급인 김 차장은 현 직제상 강 장관보다 직급이 낮지만 대외적으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서 김 차장의 언행이나 태도를 지적하는 인사는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