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유일 친필편지 131년 만에 돌아왔다

입력 2019-09-17 09:59 수정 2019-09-21 23:45
“리니(利尼) 대인 귀하

지난번 우리나라에서 온 서신을 통해 귀 대인께서 우리나라 서울에 잘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가 되었습니다. 연무공원(鍊武公院)**은 이미 개설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군대의 위용이 이제부터 더욱 빛날 것입니다. 오직 바라건대 귀 대인께서 뜻과 마음을 다해 가르치셔서 정예병으로 키워주십시오. 이 모든 일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만 줄입니다.

무자년 오월 이일 박정양”
편지 본문. 사연이 한문과 영문으로 병기돼 있다.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1841~1905)의 현지 외교 활동을 보여주는 유일 친필편지가 미국에서 발굴돼 13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 이하 ‘재단’)은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한인역사박물관(관장 민병용) 소장 역사자료를 조사하던 중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의 친필편지를 발견했다.
박정양 편지 봉투 뒷면. 영문으로 수신인과 도착지가 표기되어 있다.

편지 봉투 앞면. 박정양 친필로 수신 및 발신자를 각각 표시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 편지는 1888년 6월 12일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육군교사(군사교관) 리(Jone G. Lee)에게 보낸 것이다. 앞서 1월 말 육군교사로 파견을 앞둔 리 일행이 주미공사관을 방문해 박정양과 파견인사를 나눈 바 있다. 박정양은 리 일행의 조선 도착 사실을 확인하고 외교 현안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 안부편지를 보낸 것이다.
박정양 주미 전권 공사.

이번 박정양 편지는 ‘19세기말 조선이 근대식 군대설치를 목적으로 사관양성 등을 담당할 연무공원(鍊武公院) 설립과정에서 미국 국무부의 추천으로 미군 출신 군사교관을 배치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깊다.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에 감사 인사와 함께 당부를 전하는 등 세심한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이 편지는 재미동포 고 맹성렬씨(2014년 별세)가 2005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올 5월 유족을 통해 다른 수집품들과 함께 LA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재단은 올 7월 동국대 한철호 교수(역사교육과)와 박물관 소장 역사자료를 조사하던 중 이를 발견, ‘현존 유일한 박정양 공사의 주미공사관 재직시절 친필편지’임을 확인했다.

한 교수는 박정양 공사 친필편지는 당시 외교활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현존 유일본으로 희소가치가 클 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활발한 서신왕래를 통해 대미 외교노력을 기울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에 박물관은 초대 주미공사의 편지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재기증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