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를 꽉 메운 시위 행렬,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시민들. 시위대 선두에는 스크럼을 짠 청년들이 섰고, 주변으로는 ‘고려다방’ ‘반도양복점’ 등 간판들이 보인다.
40년 전인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촬영된 부산 광복동 시위 사진이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산일보 사진기자였던 정광삼(81)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산시지회 자문위원으로부터 광복동 시위 사진 2점을 포함해 총 9장의 사진을 기증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사업회가 공개한 광복동 시위 사진 2점은 당시 신문에 실리지 않은 것으로 정 자문위원이 개인적으로 찍어 보관해온 것이다. 정 자문위원은 “보도 목적으로 찍은 게 아니고 사진으로 반드시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마항쟁 당시 기관원과 경찰 감시를 뚫고 거리를 뛰어다니며 부산일보 사진기자로 일했다.
해당 사진 2점은 부마항쟁 당시 광복동을 지나는 시위 행렬을 촬영한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구도를 달리해 찍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회는 지난 7월 말 사진을 기증받은 뒤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 지원을 받아 변색 복원 처리와 보드마커 자국 제거 등을 거쳐 원본에 가깝게 복원했다.
김종기 사업회 상임이사 겸 민주공원 관장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시위 행렬 모습과 시민들 반응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며 “당시 사진이 부족하기에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료”라고 말했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16일 부산에서 시작해 마산으로까지 확대된 경남지역의 대규모 유신 반대 시위로 계엄령과 위수령이 발동된 20일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돼 10·26 사건이 벌어져 유신체제는 종말을 고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