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군은 16일(현지시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당한 것과 관련, 이란산 무기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이번 공습의 배후로 이란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하는 중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가 진행 중이며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은 이란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기들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내무부는 지난 14일 새벽 아람코가 보유한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석유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원유 설비 가동이 당분간 중단되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석유시설 2곳을 무인기 10대로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며 공습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6일 오후 트위터에 “미군은 이 전례 없는 공격을 해결하고 이란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국제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번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에 의해 국제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셈이다.
이란은 이같은 미국의 주장이 “헛되고 맹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석유시설을 공격했다는 미국 정부의 언급을 이해할 수 없고 의미도 없다”면서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펴왔지만 이에 실패하자 ‘최대 거짓말’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러시아·터키 대통령과의 3자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 도중 “예멘은 단지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반군이 자기방어 행위를 했을 뿐, 이란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예멘 국민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 공격은 수년간 예멘에 행해진 공격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