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2일 문을 연 올해 만화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시된 작품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만화 속 상황을 그려보는 등의 간접경험을 제안한다.
<내면의 시선>이란 작품 속 인물들을 만들어 낼 때 투영되는 작가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만화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속의 세계로 들어가 그 내면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간접 경험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으로부터 한발 자국 물러나 새로운 시각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만화전시 <내면의 시선>에는 4명의 한국인 작가와 3명의 벨기에 작가가 참여하며 작품 속 인물들의 다양한 내면의 시선을 구체화하는 작품들이 만화 장르가 가지는 특유의 편안함 속에서 전시를 구성하며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약 46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한 이두호 작가의 <임꺽정>은 귀족이 아닌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작품 세계가 주목할 만하다. 이윤희 작가의 <안경을 쓴 가을>은 반려견 ‘가을’이가 주인의 부탁으로 안경을 쓴 후 인간의 삶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최재훈 작가는 <조형의 과정>을 통해 만화 속 대상과 공간을 변형하고 해체하며 새로운 만화 기법을 실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김한조 작가의 <기억의 촉감>은 개개인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역학 관계, 감정의 흐름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벨기에 작가들 역시 작품 속 인물들에 관한 세밀한 설정과 묘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선, 오직 미술관의 명화를 감상함으로써만 내면의 위안을 얻는 소심한 주인공의 심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Ben Gijsemans(벤 제이스만스)의
전시 개막식에 딸과 함께 참석한 현지 유명 라디오채널 홍보 책임자 필립씨는 “딸이 방탄소년단 팬이라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한국과 벨기에 만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며 두 나라의 문화교류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열린 브뤼셀 시청 주관 <제10회 브뤼셀 국제만화축제>에서는 한국 스탠드 내 한국 만화작품 전시는 물론 작가들과 함께하는 사인회, 드로잉 쇼 등 다양한 특별행사가 펼쳐졌다.
약 10만여 명의 관객들이 찾은 이번 축제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창의적 만화 플랫폼 ‘웹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최된 ‘웹툰 워크숍’이었다.
이 워크샵은 현지인 참가자 및 관람객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워크숍에 참가했던 세드릭씨는 “웹툰 앱을 사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오늘 배운 걸 좀 더 연습하면 저도 저만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마랳ㅆ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브뤼셀 국제만화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만화캐릭터 대형 풍선 퍼레이드’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만화 캐릭터로는 최초로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 대형 풍선이 스머프, 틴틴, 스피루 등 세계적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행진하며 관람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