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던 국립암센터 노조가 파업 11일 만인 16일 파업을 중단했다. 노사가 이날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함에 따라 노조는 17일 오전 6시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파업으로 방치돼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암 환자들에 대한 진료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추석 연휴가 낀 주말 내내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이어오던 병원과 노조는 극적으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노사는 임금 총액 1.8% 인상과 시간외근로수당 및 복지 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 합리적 임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임금제도 개선위원회 구성 등에 합의했다. 노조에서 요구해온 위험수당 지급은 임금제도 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애초 임금 6% 인상을 요구한 노조와 정부 지침인 1.8% 인상안을 고수하던 병원이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국립암센터 노사는 임금뿐 아니라 근무 환경과 원내 정책 등도 바꾸기로 했다. 야간근무 간호사에 처우 개선비를 지급하고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조제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사는 암 전문치료 수가의 개발과 국가암관리 정책 수행에 따른 예산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파업 기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암 환자 진료도 정상으로 돌아간다. 파업 전 536명이던 입원 환자 수는 파업 돌입 후 70여명으로 크게 줄었고, 외래 환자 역시 정상 진료 시의 절반 이하인 700∼8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조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항암 주사실, 방사선 치료실 등의 운영도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환자의 자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환자는 무슨 죄인가, 파업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중으로 고통받은 암 환자분들과 국민께 참으로 면목이 없다”며 “이제 노사가 지혜와 힘을 모아 어려운 경영 여건 같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연옥 보건의료노조 국립암센터병원지부장은 “노사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었는데도 장기 파업으로 내몬 암센터 측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앞으로 국립암센터가 직원 존중을 통해 세계 최고의 국립암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노사 양측은 이번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고 부당한 인사 조치와 보복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또 긴밀한 소통을 위한 노사 핫라인을 구축해 노사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