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공판 전략이 확 달라졌다.
고유정은 16일 오후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연녹색 수의를 입고 일명 ‘커튼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얼굴을 들고 피고인석에 앉은 뒤 재판부에 “변호인의 의견서를 낭독하게 해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재판 도중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여유도 부렸다.
그동안 ‘커튼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법정에 들어와 재판이 끝날 때가지 고개를 숙이고 재판부의 묻는 말에 간신히 대답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고씨 측 변호인은 “접견을 통해서 피고인과 주고받았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며 “피고인이 직접 모두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차 공판 당시 모두진술할 기회를 줬으나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거부 입장을 보이자 고씨는 “진술할 기회를 달라”며 울먹였다.
이에 재판부는 의견서 낭독 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다음 기일에 변호사가 대리 작성한 의견서가 아닌 고씨가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 온다면 10분가량 자신의 의견을 직접 말할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옳은 지 그른 지에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낭독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피고인이 수기로 작성해 오면 다음 기일에 충분히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제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커튼머리’ 고유정, 3차 공판 땐 달랐다···호소·여유로움?
입력 2019-09-16 17:00 수정 2019-09-16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