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대통령별장 지정 47년 만에 개방

입력 2019-09-16 12:07 수정 2019-09-16 14:16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靑海臺)’로 지정된 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경남 거제시에 있는 섬 저도가 47년 만에 개방된다. 청해대는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휴가를 보낸 곳이었다.

정부는 16일 “저도를 9월 17일부터 2020년 9월 16일까지 1년간 시범 개방한다”고 밝혔다. 시범 개방은 17일부터 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한 매주 5일간 이뤄진다. 방문 인원은 1일 최대 600명이다. 오전, 오후에 각각 한 차례 방문할 수 있으며, 방문 시간은 한 차례에 1시간 30분이다. 개방 범위는 산책로, 모래해변, 연리지정원 등이다.

방문 2일 전에 저도를 운항하는 유람선사에 전화(055-636-7033, 055-636-3002)로 신청하면 방문할 수 있다. 유람선사 인터넷 홈페이지(http://jeodo.co.kr)를 통한 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군사 목적으로 관련 시설을 정비해야 하는 기간은 방문할 수 없다.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와 군사시설도 방문할 수 없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88-1번지에 있는 434.2㎡ 규모의 저도에는 동백과 해송 등으로 어우러진 숲과 백사장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해수욕장과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탁구장, 골프장 등이 있다. 산책로 3개 코스와 전망대 2곳도 있다. 이번에 안전시설과 CCTV, 안내소, 포토존 등이 설치됐으며 전망대가 리모델링됐다.


저도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저도를 방문해 저도 시범개방 이후 관련 시설 등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어서 ‘대통령과 국민들이 함께 즐겨야 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해군, 경남도, 거제시 5개 기관은 저도 상생협의체 협의를 통해 저도 개방 준비를 진행해 왔다. 5개 기관은 시범 개방 시작일인 17일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저도 개방 협약식을 열 계획이다. 협약서에는 저도 개방과 관리권 전환 추진을 위한 기관별 역할, 저도 상생협의체 운영, 저도 시범 개방에 관한 세부사항 등이 담긴다.

거제시는 17일 궁농항 일대에서 지역주민 등이 참석하는 기념행사도 연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제시 관현악단 축하 공연과 저도 개방 축하 퍼포먼스, 저도 뱃길 개통기념 해상 퍼레이드 등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행사 후에는 첫 공식 방문객 200여명이 유람선을 타고 저도를 방문한다.

저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통신소, 탄약고 등 군사기지로 활용됐다. 1949년 국방부 명의로 저도에 대한 보존 등기가 이뤄졌다. 54년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 등으로 사용됐다. 72년 청해대로 공식 지정됐다. 73년 대통령 별장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 저도에 살던 주민들이 이주했다.

저도는 75년 행정구역이 진해시로 편입됐다. 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 공관 폐지를 단행하면서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으며 거제시로 행정구역이 다시 바뀌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7월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적었다.

저도는 대통령들의 여름 휴양지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거의 매년 가족과 함께 저도를 방문했으며,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도 저도를 찾은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