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가정 폭력, 평생 ‘마음의 병’ 키운다…정신장애 위험 ↑

입력 2019-09-16 11:49 수정 2019-09-16 18:45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여성의 남은 생을 족쇄처럼 따라다니며 정신장애를 일으킨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체 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비피해 여성에 비해 여러 정신장애 발병 위험이 평생 3.6배, 성폭력 피해 여성은 14.3배나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안지현 임상강사 연구팀은 2016년 6~11월 전국의 18~74세 여성 3160명을 대면 조사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한 명씩 직접 만나 정신질환진단도구(K-CIDI)를 활용해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가운데 한 번이라도 배우자나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적 있다고 고백한 사람은 47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 여성과 비피해 여성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을 분석해 상대적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데이트·가정 폭력으로 인한 정신장애 유병률을 전국 규모로 조사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폭력의 형태나 종류에 상관없이 K-CIDI로 분류된 12개 정신장애 대부분의 영역에서 피해 여성의 상대적 발병 위험이 높았다.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은 비피해 여성에 비해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 위험이 각 8배로 가장 높았으며 니코틴의존증 6.5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6배, 알코올남용 4.9배 순으로 위험도가 컸다.

성폭력 피해의 경우 물리적 폭력 보다 위험 정도가 더 컸다. PTSD의 경우 평생 발병 위험이 무려 32.4배에 달했다. 강박장애(27.8배), 니코틴의존증(22.4배), 광장공포증(19.6배), 불안장애( 13.3배) 등도 비피해 여성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면서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