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오른 가격에 거래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15%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에 근거해 나는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출량은) 필요할 경우 시장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텍사스와 다른 여러 주에서 현재 허가 과정에 있는 송유관의 승인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모든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전락비축유 보유량 6억 6000만 배럴을 사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이번 사태로 인해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량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또 완전한 석유 생산 능력을 복구하기 위해선 며칠이 아니라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미국은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 중단된 것과 관련해 이란 책임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이란 정상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 강경파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로 미국의 이란 정책이 유화적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민간 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웨이 고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어떤 만남도 약속하지 않았다”면서도 유엔총회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두 정상의 만남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와 최대 압박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가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후티는 이란의 도움 없이는 이런 공격을 할 능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도 미국·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책이 북한 정책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의 라이벌들과 반전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공언하고는 2018년 그 나라(북한)의 정상을 만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전적인 말을 던졌지만, 그가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란에 대해 선제공격을 주창했던 볼턴 전 보좌관의 퇴장으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 쇼’ 같은, 실속 없는 화려한 정상회담만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진찍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과 이란 정상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실질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기초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