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사우디 피격에 유가 5~10달러↑”…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입력 2019-09-16 08:30 수정 2019-09-16 09:59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 피격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당분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5∼10달러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우디는 비축유를 통해 생산 차질을 상쇄할 계획이나 생산 차질 규모를 고려하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우디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국제유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번 사태로 사우디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대통령과 대화 가능성도 남아 있으며 글로벌 경기 하강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수요 측면에서 국제유가 상승을 제한한다고 봤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과 관련, 이 사태가 국제 유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나는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필요한 경우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텍사스와 다른 여러 주에서 현재 허가 과정에 있는 송유관의 승인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모든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에너지부는, 만약 우리가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면 전략비축유를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의 긴급 원유 공급 수단인 SPR을 사용할지 여부는 사우디가 세계 최대의 원유 가공 시설에서 얼마나 빨리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앞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소유한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전날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아 사우디의 원유 생산 절반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발생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은 자신이 사우디 석유 시설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으며 이란은 자국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 생산·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 불안으로 유가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