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방러 이후, 트럼프 “그들은 실수 어떻게 만회할지 몰라”

입력 2019-09-15 17:37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사망’(dead)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은 그들의 실수를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가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뒤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탈레반은 지금보다 더 심한 타격을 받은 적이 없다. 탈레반은 그들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대한 미군 1명을 포함해 12명을 살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며 “협상을 위한 훨씬 더 좋은 방법들이 있다”고 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탈레반 최고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을 추진했다가 최근 미군이 사망한 카불에서의 테러가 탈레반에 의한 것이었다며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협정 협상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추진해온 협상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탈레반의 러시아 방문 이후 나왔다. 탈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사망’ 선언 이후 미국과 각 분야에서 갈등·경쟁하고 있는 러시아를 전격 방문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미국과 계속 대화할 의지를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대표단이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사인 러시아 외무부 자미르 카불로프 국장과 만나 아프간 평화 과정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면담에 대해 “러시아 측은 미국과 탈레반의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탈레반 측은 미국과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프간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세를 불리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탈레반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협상 재개는 불투명하다. 애초에 탈레반의 대화 지속 의지도 표면적인 것이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탈레반 지도자는 이번 방러가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군의 아프간 철수 압박을 위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반군과의 평화협상에 대해 오는 28일로 예정된 대선 이후에나 ‘합법적’ 평화협상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괴뢰정부로 여기고 있는 탈레반은 대선 투표를 강행하면 투표소를 공격하겠다고 밝혀 투표소들이 테러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