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공개금지’…또다른 검찰 옥죄기 카드?

입력 2019-09-15 17:24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신설을 논의하는 것은 그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둘러싼 꾸준한 문제제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들어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누구도 손을 못 대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며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정이 이같은 내용을 추진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 특수부 축소와 조직문화 타파에 이어 법무부가 조 장관 취임 후 꺼내는 또 하나의 카드라는 얘기다.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 약화, 중대한 오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대체하려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사건 내용 일체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공소제기 이전에는 혐의사실은 물론 수사상황도 밝힐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공소제기 이후에도 사건의 세부 정보는 비공개하고,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구속 여부 등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포토라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논박들은 피의자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는 형태로 초안이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사자 동의가 없이는 소환 일시나 귀가시간의 공개를 금지하고, 소환·조사·압수수색 등 과정마다 일체 촬영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소환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촬영이 예상될 때에는 수사기관이 소환일정을 바꿔 주는 등 초상권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촬영이 가능한 경우는 공적 인물이 명시적으로 서면 동의를 했을 때뿐이다.

다중피해사건 등 공보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사전에 작성된 공보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초안에는 구두 문답도 자료 범위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담겼다. 검찰과 언론 간의 ‘일문일답’이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 이전에는 사실상 금지되는 셈이다. 검찰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기소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피의사실 공표 주장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검찰 간부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던 법무부 고위 관계자 2명을 15일 검찰에 고발했다. 민생대책위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