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거짓말쟁이 존슨, 자기 경력 위해 브렉시트 찬성파 행세”

입력 2019-09-15 17:14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3년여의 긴 침묵을 깨고 회고록을 통해 보리스 존슨 현 총리를 작심 비판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자신의 회고록 ‘포 더 레코드’(For The Record)에서 “존슨은 단지 자신의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옳다고 믿지도 않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 거짓말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존슨의 강박적 브렉시트 집착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존슨 총리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가능성을 떠벌렸던 일을 지적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당시 존슨은 왜 EU 회원국도 아닌 나라에 그토록 집중했을까”라고 자문한 뒤 “그 이유는 터키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교도의 대량 이주와 지역사회의 주류 교체’라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적 음모론을 제기하며 대중의 공포를 자극해 자신을 선거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는 지적이다. 존슨 총리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영국의 EU내 주권 회복 문제는 그에게 부차적인 것이며, 그의 주된 관심은 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에 기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일에만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오늘날 영국을 대혼돈 상태로 밀어넣은 3년 전 자신의 EU탈퇴 국민투표 결정에 대해서는 “끔찍한 실수였다”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영국 사회 및 정계가 브렉시트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끊임없는 논쟁을 이어가자 영국의 EU탈퇴 찬반을 묻는 대(對)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잔류파를 지원하던 그는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캐머런 전 총리의 악수(惡手)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현재까지 이어져 영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영국과 EU측이 브렉시트의 범위와 구체적 내용을 두고 2년여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슨 총리는 ‘노딜(합의없는) 브렉시트’도 불사할테니 다음달 31일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고 공약해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캐머런 전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2차 국민투표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년 전 국민투표) 당시 내가 저지른 실수와 우리가 졌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두번째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브렉시트 사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