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액이 올해 역대 최고인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임금체불액은 경제규모가 3배 큰 일본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112억원이었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는 20만6775명이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말에는 임금체불액이 1조73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였던 작년 1조6472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의 임금체불액은 일본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일본의 임금체불액은 1420억원, 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3만5120명이었다. 같은 해 한국의 임금체불액과 노동자 수는 각각 1조4286억원, 32만5430명이었다. 액수와 노동자 수 모두 한국이 10배나 많은 셈이다.
한국의 임금체불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인 이유는 우선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로 인해 사업주들이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특이한 원·하청 관계도 임금체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하청기업의 경영악화와 원청기업의 도산이 하청기업들의 집단적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3일 현대중공업법인분할중단·하청노동자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임금 지급일에 현대중공업 건조부와 도장부에서 최소 10%에서 최대 50%가량의 임금체불이 예상되고 있다”며 “300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업종 불황으로 2016~2017년 하청업체 전반에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 이뤄지면서 폐업에 따른 체불, 체당금 처리 급증, 원청 지원금 중간착불 등으로 만성화됐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체불 노동자의 임금체불 관련 소송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무료 법률구조사업 신청을 대한법률구조공단 방문 없이 지방노동관서에서 할 수 있도록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또 지청의 임금 체불 감독을 더 철저히 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습·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 수사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