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북단, 평양서 5박6일…“북일 관계개선에 기여 희망”

입력 2019-09-15 07:22
고(故) 가네마루 신(金丸信·1914∼1996)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인 가네마루 신고 씨가 14일 오후 일본 방북단 60여명을 이끌고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베이징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가네마루 신(金丸信·1914∼1996) 전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 가네마루 신고(金丸信吾·74)씨를 대표로 하는 일본 민간 대표단이 14일부터 5박6일간의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방북단 62명이 14일 오후 베이징공항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방북단은 19일까지 북한에 머물면서 가네마루 신 탄생 105주년 기념행사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기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는 생전 북일 관계 개선에 힘썼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교도통신은 신고씨가 조선노동당 및 외무성 고위 당국자와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고씨는 베이징국제공항에 나온 취재진에게 “북일 간 현안이 많다”며 “현안 해결에는 국교 정상화가 가장 빠른 길(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전제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아베 신조 총리의 제안에 대한 북측 입장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방문으로 북일 양국 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씨는 일본 정부나 자민당으로부터 받아온 메시지는 없다고 교도통신에 전했다.

‘일본인 납북 사건’ 해결 없이는 북일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로부터 한 달 만인 지난 6월 2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우리 국가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 하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맹비난했었다.

신고씨는 지난해 10월에도 방북해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를 만났다. 당시 신고씨는 송 대사가 “지난해 7월 베트남에서 북한과 일본이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일 정상회담 실현으로 이어질 만한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일본 언론을 통해 말했다. 송 대사는 ‘생존해 있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는 없다’는 기존의 북한 입장을 반복하며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사죄’가 우선돼야 북일 정상회담 실현이 가능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번 일본 방북단은 가네마루 신의 고향인 야나마시(山梨)현 출신 인사들과 재일본조선인 총연합회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중의원 12선을 역임하고 1980년대 제3차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에서 부총리까지 지낸 가네마루 신은 1990년 초당파 의원 자격으로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한 뒤 ‘북일수교 3당 공동선언’을 끌어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해 사죄하고 북한에 대한 배상금 지급도 언급했었다.

차남인 신고 씨는 당시 비서로서 부친의 방북을 수행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일본과 북한을 잇는 채널 역할을 해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