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억류됐다 숨진 웜비어 부모와 백악관서 저녁식사

입력 2019-09-15 06: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오토 웜비어가 2016년 3월 북한 최고법원에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을 때의 모습으로 북한 당국이 공개한 사진. AP뉴시스

웜비어 부모는 웜비어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저녁식사가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이후 북한에 더욱 강하게 대화를 손짓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 대사도 동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의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그리넬 대사는 지난 8월 독일을 방문했던 웜비어 부모와 만난 적이 있다. 그리넬 대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와 자신,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CNN은 “이 저녁식사가 어떻게 계획됐고, 누가 더 참석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고 CNN은 덧붙였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억류 17개월 만에 풀려나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인 신시내티로 돌아왔으나 엿새 만인 같은 달 19일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감옥과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웜비어 부모는 성명을 내고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이 우리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그의 사악한 정권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웜비어의 학대와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 이후 북한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기자로부터 ‘올해 안에 김정은과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어느 시점에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틀림없이 그들(북한)은 만나기를 원한다”면서 “나는 그것(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볼턴 해고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3개 해킹그룹에 대해 제제를 단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부모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행보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