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미디어 펑크: 믿음·소망·사랑’전을 하고 있다. 관습처럼 견고해진 영상 이미지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1970년대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들었던 ‘펑크(punk)’ 문화의 개념과 접목한 기획전이다.
작가 그룹 파트타임스위트의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는 VR 영상이다. 가상현실이 주는 환상적 경험을 기대하고 헤드셋을 썼다간 이내 씁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상은 하이테크놀러지적 연출과는 상반되게 재개발지역, 고시원 등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다큐멘터리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민의 ‘두 개의 그림자’는 세 개의 채널로 구성된다. 중간에 혼혈 아이가 등장하고 양쪽에 아이 그림자가 나온다. 어느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림자가 양 끝 채널에 나온다. 그림자만으로도 부모의 국적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는 곧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영상 속에 편견이 감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총 6명(팀)이 사회 안에서 옳다고 믿어지거나 굳어져 작동하는 개념들을 작품을 통해 다른 시선으로 재생해보고자 한다. 10월 27일까지.
관악구 서울대학교미술관은 ‘미디어의 장’전을 미디어의 변모로 인한 삶의 방식 변화를 다루고 있다. 미디어가 중력과 같은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문상현은 미디어의 통제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면서 그 실험으로써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폰트를 제시한다. 박제성의 ‘유니버스’는 3D로 구현한 놀이기구를 보여준다. 놀이기구는 고통의 감정을 쾌락으로 변화시켜주는 장치이지만 이 영상에서는 거꾸로 쾌락이 고통으로 환원되며 미디어의 이중성을 은유한다.
이은희는 무조건적인 기계 예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실제 사건을 통해 조망한다. 예컨대 인공지능은 눈 코 입의 정보 값으로만 판단해 일반인을 범죄자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지 않는가. 현세진은 스마트폰 자동완성기능을 통한 우리의 글쓰기 방식에 눈을 돌렸다. 백주미, 염지혜, 진 마이어슨 등 13명이 참여했다. 12월 4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