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지 않는다” 골든레이호 구조자들이 되뇐 말

입력 2019-09-12 00:31
마지막 구조자 A씨 모습. 뉴시스

“우리는 죽지 않는다.”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해안에서 전도된 자동차 운송선 골든레이호의 ‘마지막 구조자’인 선원 A 씨는 구조 다음 날인 10일(현지시간) 극한의 공포를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죽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며 공포를 견딘 것”이라고 했다고 동아일보가 11일 현지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A씨는 자신과 동료 3명이 90도로 기울어진 선체에서 2016년 리우데자이루 올림픽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든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당시 박 선수는 패색이 짙은 결승전에서 혼잣말로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었고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그는 전날 미 해양경비대(USCG)의 로이드 해프윈 중위가 “밖에서 선체를 밤새 두드렸던 건 결코 (생존자들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응답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이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미 USGC 및 국가교통안전위원회와 공동으로 원인 규명에 착수할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A씨는 사고 직후 상황에 대해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고 칠흑 같은 어둠 속 시간의 흐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근 다른 공간에 있던 3명과는 큰 소리로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선내에서 우리가 벽을 두드리며 낸 생존 신호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려야 했다. 주변에서 뭐든 집히는 딱딱한 걸 잡고 밤새 선체 벽면을 두드리며 생존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구조대의 응답이 들려왔을 때 “그전까지는 70% (확률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바뀌었다. 이제는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구조대원이 그에게 가장 먼저 준 것은 생수였다. A씨는 “나를 보자마자 생수병을 내밀며 ‘물부터 마시라’고 하더라(웃음). 사실 사고 직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던 터라 심한 탈수 상태였고 이대로라면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 물은 내게 ‘생명수’였다”고 한다.

A씨는 ‘마지막 구조자’로 불리며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구조대에게 공을 돌렸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던 것뿐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의 몫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갇혀서 가만히 밤을 새웠지만 구조대는 (파이프 등을) 자르고 없던 길을 만들고 우리를 찾기 위해 밤을 새웠다. 강도가 다르다.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