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선원들, 마지막 동료 먼저 챙겨...불굴의 용기”

입력 2019-09-11 19:29
연합뉴스


미국 동부 해안에 전도된 자동차 운송선 골든레이호에 갇힌 한국인 선원은 물이 찬 기관실의 파이프 위에 앉아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구조에 참여한 구조업체 대표 등을 통해 고립된 4명의 선원이 처한 열악했던 상황을 보도했다. 당시 4명의 선원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깊은 물 위에 있는 파이프와 난간 위에 앉아 칠흑 같은 어둠과, 오븐처럼 뜨거운 열기와 싸우며 거의 36시간을 기다렸다. 기관실은 선박의 하부에 있었는데, 선체가 90도로 기울면서 이곳에도 물이 들어차있었다.

이들은 밤새 선체를 두드려 미국 해안경비대가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 구조자는 부분적으로 잠긴 통제실에서 방폭 유리에 갇혀 있어 다이아몬드가 박힌 장비를 이용해야 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인양업체 ‘디파이언트마린의 팀 페리스 대표는 “4명의 선원이 지옥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은 인간이 처할 수 있다고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며 “깊은 물 위에서 버티기 위해 미로 같은 배관과 장비를 따라 어둠 속에서 붙잡을 것을 찾아야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외부 기온이 32℃로 올라감에 따라 선체 내부의 온도는 약 65.5℃에 달했다고 한다. “기관실의 온도는 지옥과 같았다. 그들은 녹초가 돼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파견된 로프 접근 작업 전문 업체 ES(Elevated Safety)의 숀 코건 구조대원은 “선체에 처음 뚫은 구멍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면서 “마치 뜨거운 오븐에 구멍을 내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코건은 남아있던 4명의 선원 중 함께 있던 3명과 홀로 통제실에 갇힌 1명이 서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지만, 다가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코건은 “3명의 선원이 가장 먼저 요청한 건 홀로 떨어진 선원을 구조할 수 있는 도구였다”면서 “내가 본 어떤 사람들보다도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음식과 물 외에 라디오, 플래시 라이트, 전해질 아이스크림도 함께 모여있던 3명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도 더위를 이기기 위해 얼음을 주머니에 채워야 했다.
해안경비대는 불똥이 튀면 화재 위험이 있다고 보고 드릴 작업을 진행했고 구조에 필요한 사다리를 넣을 정도로 큰 철판을 떼어내기 위해 40개 이상의 구멍을 나란히 뚫었다. 이 작업에 몇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마지막 구조자는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진입구에서 55m 떨어진 통제실에 갇혀 있었는데, 구조를 위해 12m를 기어오르는 것이 필요했다고 한다. 숨 막히는 열기 속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구조대원이 이 선원을 구조하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페리스 대표는 “그것은 기적”이라며 “그들이 걸어 나와 얼굴에 햇살이 비쳤을 때 많은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그것은 일생일대의 구조였다”고 말했다.

한편 브런즈윅 항구는 사고 직후 폐쇄됐고, 해안경비대는 환경 피해를 막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선박이 전도된 바다에는 약간의 기름이 있으며, 흡착제로 이를 빨아들이는 상황이라고 해안경비대는 전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