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4일간 추석 연휴가 본격 시작된다.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배만 불릴 게 아니라 양질의 책으로 영성과 마음도 풍성하게 채워보면 어떨까. 편집자, 홍보 담당자 등 기독 출판사 관계자에게 ‘추석 연휴 읽을만한 국내외 기독 서적’을 물었다. 틈틈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부터 깊은 여운을 음미할 수 있는 책까지 두루 추천했다.
사랑을 담아, 헨리/헨리 나우웬 지음/가브리엘 언쇼 엮음/홍종락 옮김/IVP
올해 6월에 출간된 미국의 영성신학자 헨리 나우웬의 서간집이다. 1973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96년까지 22년간 나우웬이 주변 이웃에게 쓴 애정 어린 편지들이 담겼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유명한 저자는 삶의 다양한 정황 속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이웃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저는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을 없애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러 오셨다는 것이 우리 믿음의 핵심이라고 항상 느꼈습니다.”(1982년 9월 4일, 마크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믿으세요.…진정한 사랑을 받는 하나님의 딸임을 계속 생각하세요.”(1991년 12월 2일, 캐시에게)
정모세 IVP 편집장은 “나우웬이 수많은 사람에게 건넨 편지를 읽다 보면 그의 깊이 있는 영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친구처럼 다정한 위로자이자 상담가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예수를 입는 시간/켄 시게마츠 지음/정성묵 옮김/두란노
학교와 직장,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필요 이상으로 바쁘게 사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책이다. 어디서든 ‘충분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과도하게 일하거나, 시류에 휩쓸려 잡다한 데 관심을 쏟느라 정작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일본 소니사에서 일하다 캐나다에서 목회 중인 저자는 본문에서 성과의 압박 대신 생명의 그리스도를 붙잡는 ‘복음적 워라밸’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권옥경 두란노 출판3부 편집장은 “바쁜 일상에서 무엇을 놓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며 “연휴 기간 한 박자 쉬며 영성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떠나보내기/데이브 하비, 폴 길버트 지음/유정희 옮김/규장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 떠나보내도 좋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바뀌지 않는 배우자, 자녀, 친구 등과의 고통스러운 관계로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들의 과감한 조언이다. 미국에서 기독교 상담가와 가정사역자로 각각 사역 중인 이들은 떠나보내는 행위가 포기 아닌 ‘사랑’이라고 말한다. 상담 사례와 성경에서 찾아낸 조언을 볼 때 ‘떠나보냄’은 내 방식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구원을 구하는 믿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의 변화는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규장 책임편집자 김아진 실장은 “매년 명절이면 고부·장서 등의 가족 관계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고통스런 관계뿐 아니라 피폐해진 자신의 영성도 회복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인생, 전도서를 읽다/데이비드 깁슨 지음/이철민 옮김/복있는사람
올해 1월 출간됐던 전도서 강해서다. 영국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저자는 삶과 죽음, 수고와 눈물 등 평범한 일상의 의미를 전도서의 본문을 빌려 설명한다. 또 핵심 어구인 ‘헛되고 헛되다’를 어원적으로 풀며 ‘허무주의적 인생관’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인생의 끝인 죽음을 받아들여 삶을 새로이 배울 것을 권한다.
문신준 복있는사람 마케팅팀장은 “국내에 전도서를 깊이 다룬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전도서가 지닌 번뜩이는 지혜를 독자에게 깔끔하게 잘 전달했다”며 “전도서로 삶의 통찰력을 전하는, 아주 어렵지 않으면서도 여운이 깊게 남을 책”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