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은 5만명 줄었지만…수시모집 경쟁률 서울은 ‘무풍지대’

입력 2019-09-11 16:27

올해 대학입시 수시모집 경쟁률이 학생 수 감소 영향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인천 지역 대학들이 다른 지역보다 하락폭이 큰 점이 특징이다. 반면 이른바 ‘인(in) 서울’ 대학들은 학생 수가 줄어든 여파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11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국 192개 대학의 2020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9.3대 1로 집계됐다. 2019학년도 9.7대 1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다. 경쟁률 하락은 학생 수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교 3학년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6만9045명, 수능 원서접수 인원은 4만6190명 줄어들었다.

경기 지역 대학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12.8대 1에서 올해 11.5대 1로 떨어졌다. 경기 다음으로 낙폭이 컸던 지역은 인천으로 13.4대 1에서 12.4대 1로 하락했다. 경기와 인천을 합치면 12.9대 1에서 11.7대 1로 떨어졌다.

반면 서울 지역은 학생 수 감소의 ‘무풍지대’였다. 서울 지역 38개 대학의 경쟁률은 16.4대 1로 전년도와 동일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면 서울 지역 대학들의 선호도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해석했다. 경쟁률 ‘톱10’ 대학 가운데 9곳이 서울 지역 대학이었다. 1위는 가톨릭대(서울)로 32.3대 1이었다. 이어 서강대(30.8대 1), 한양대(26.9대 1), 중앙대(26대 1), 성균관대(25.6대 1) 순이었다.

비수도권 117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6.5대 1로 전년도 6.7대 1보다 소폭 하락했다. 울산·세종·전북·전남·경북·대구·충남·경남·강원 등 9곳이 떨어졌고, 부산·대전은 전년도와 같았다. 제주·충북·광주는 소폭 상승했다. 학생 수 감소 폭을 고려했을 때 당초 예상보다 경쟁률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경기와 인천 지역 대학의 경쟁률이 비수도권 대학에 비해 하락폭이 큰 점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학생 수 감소 충격은 비수도권 대학부터 덮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기대심리 때문으로 풀이한다.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 지역 대학에 소신 지원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뚜렷해졌다. 비수도권 지역 수험생들은 서울 지역 대학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주변 지역 거점 대학들에 원서를 넣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비수도권 대학들의 여건이 호전됐다고 보긴 어렵다. 종로학원이 집계한 비수도권 117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6.5대 1에 불과하다. 수험생들은 수시에서 최대 6번의 지원 기회를 갖는다. 따라서 6대 1의 경쟁률은 사실상 1대 1 수준으로 봐야 한다. 울산·전북·전남·경북·경남·강원·제주 등은 경쟁률이 6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대학들은 수시에서 학생을 모두 충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년에도 학생 수가 5만명 정도 추가로 줄어든다. 대입 경쟁이 올해보다 더욱 완화될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수시에서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 대거 정시로 이월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