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2명 학교의 작은 기적” 남원 보절중 배드민턴 이야기

입력 2019-09-11 16:15 수정 2019-09-11 21:25
남원 보절중 학생들이 8일 배드민턴 우승 메달과 상장을 들고 공강남 교사(가운데 빨간 옷) 등 교사들과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절중 제공.

‘춘향골’ 전북 남원의 보절면은 전체 인구가 1570여명에 불과한 작은 고장이다. 이곳 주민들은 요즘 만나면 ‘중학생 아이들’과 ‘배드민턴’ 얘기를 신나게 하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면내 보절중학교 학생들이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 우승 메달을 걸고 왔기 때문이다.

보절중 학생들은 지난 8일 전주에서 열린 ‘전라북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 배드민턴 종목 혼합복식(소규모학교) 부분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교생이 12명뿐인 시골학교에서 이룬 작은 기적이었다.

이들은 이날 학생 수 30∼50명의 면단위 학교 6곳과 실력을 겨뤄 결승에서 익산 용안중을 2대1로 물리쳤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울렸다.

이들은 이날 저녁 들뜬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 시내 음식점에서 푸짐한 쇠고기 회식을 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부심을 높인 것은 물론 추석을 앞두고 교직원과 부모·주민들께 멋진 한가위 선물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원 보절중 학생들이 강당에서 배드민턴 훈련을 하며 경기 작전 등을 상의하고 있다. 보절중 제공.

이들이 배드민턴 라켓을 본격적으로 손에 쥔 것은 지난 해 3월. 공강남(54) 체육교사가 부임한 뒤 학생들은 공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체육시간과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토요 스포츠 시간에 코트 안에서 땀을 흘렸다. 특히 강당의 천장 높이가 낮아 인근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교생이 ‘선수’가 되어 남원지역 예선에 출전했다. 지난 해 2위를 기록한 학생들은 올해 6월 8개 학교가 나온 대회에서 기어코 1위를 차지, 남원시 대표로 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보절면 기관 단체장들이 보절중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배드민턴 운동화를 기증하고 학생·교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보절중 제공.

아이들의 열성에 주민들도 응원했다. 보절면내 기관·단체장들은 전교생에게 배드민턴 운동화 구입비 150만원을 지원해 줬다.

“시골 학교지만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 있게 경기하라고 말은 했지만, (학생들이) 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함께 노력해준 아이들이 정말 고맙고 대견합니다.”

공강남 교사는 “누구 한 사람 소외되지 않고 함께 즐기며, 운동하고 소통하는 기회로 선택한 종목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돼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유태한(3학년·여) 학생은 “많은 학생이 응원을 온 학교와 시합을 하게 되면 솔직히 위축되기도 했는데, 우리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너무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기나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학년당 학생이 3∼5명에 불과해 구기 종목 팀은 구성 자체가 어려웠다”며 “최선을 다해준 학생들이 대견하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