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상한제, 시대 흐름 역행’ 사치세·샐러리캡 통한 구단 제한 필요

입력 2019-09-11 08:34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 사장들이 지난달 말 한 자리에 모였다. 토의 주제는 경기력 향상 방안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래서 신인선수 지명권을 트레이드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샐러리캡 도입을 집중 검토키로 했다. 비디오판독 시간 단축과 금지약물 제재 강화 등도 포함됐다.

워크숍을 마친 뒤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한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FA제도 변경안을 올해 안에 확정하겠다’는 내용이다. ‘80억원 자유계약선수(FA) 상한제’를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KBO가 제시했던 방안이다. 물론 당근책이 붙어 있다. FA 등급제 도입과 FA 취득 기간 1년 단축 등이다.

‘올해 안’이라고 명백히 한 만큼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게 되는 20명 내외가 첫 대상자가 된다. 현역 선수들의 모임인 선수협조차 통일된 의견이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당근책과 빅빌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런데 전 세계 프로 스포츠계에서 개인 몸값을 상한선을 두고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종목은 없다. 거꾸로 프로 선수들을 보유한 구단들의 씀씀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LA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이크 트라웃과 계약 기간 12년, 총액 4억3000만 달러(약 4860억원)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또 브라이스 하퍼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 기간 13년, 총액 3억3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다. 매니 마차도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기간 10년, 3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북·미 스포츠 시장을 일거에 뒤흔든 초대형 계약들이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는 견제 장치가 있다. 2003년부터 도입된 사치세(Lusury Tax)다. 구단 연봉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야구발전기금 성격의 균등 경쟁세를 내야 한다. 40인 로스터의 연봉 총액이 기준 금액을 넘길 경우 초과분의 17.5%, 2년 연속일때는 초과분의 30%, 3년 연속일 땐 초과분의 50%를 사치세로 내야 한다.

지난해 1억9700만 달러에서 올해는 2억600만 달러로 상승했다. 국내 프로 농구와 배구에는 샐러리캡(Salary Cap) 제도가 있다. 구단 연봉이 아예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KBO와 10개 구단들이 강행하려는 ‘80억원 FA 상한제’는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KBO가 구단을 끌고 가기 보다는 입김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사치세나 샐러리캡이라는 방울을 구단의 목에 아예 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구단 적자를 선수들의 개인 몸값 탓으로 돌리는 구단의 논리를 대변하는 KBO다. 실제 최고 연봉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는 매년 100억원 이상을 연봉으로 쏟아붓고 있음에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구단 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야구단의 적자는 모기업에 기대 방만하게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데서 첫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효율적인 경영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충분히 흑자 경영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FA 선수들의 몸값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전가에 다름 없다. 한편으론 선수 길들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한 개인의 가치를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시장 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다. 일부 대형 FA 선수를 영입할 때는 80억원이 넘는 옵션 제공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3년 연속 이어져오던 800만 관중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700만명 대로 급감할 상황에 처해 있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의 인식대로 프로야구계의 위기다. 구단 적자를 메우기 위한 시대 착오적인 잣대나 고민할 때가 아니다. 이를 거들고 있는 KBO 또한 이제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지금은 구단 이익이 아닌 야구계 전체의 생존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댈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