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방’으로 확인된 인사청문회 한계…개정안만 50건

입력 2019-09-11 06:00 수정 2019-09-11 06:00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정치권에 또다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비등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한목소리로 이 기회에 전면적인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국회에 계류된 50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수년째 방치 중이다.

지난 6일 조 장관의 청문회에는 현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후보자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야 간 충돌이 계속됐고, 여야가 법정 기한 내 증인 채택 합의에 끝내 실패하면서 ‘맹탕 청문회’가 됐다는 것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요청 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자료를 찢고, 여야가 합의한 11명의 증인 중 단 한 명만 출석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다수 계류 중이다.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지난 4월 개인정보 보호법 및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을 뛰어넘어 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경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청문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여야 합의 실패로 증인 출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도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증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문회가 자질 검증보다는 신상털기, 망신주기에 치중한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조 장관의 청문회 역시 능력 검증보다는 가족 관련 의혹 검증에 지나치게 치우쳐 진행됐다. 이를 개선하고자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윤리성 검증과 업무 능력 검증 청문회로 나눠 실시하되 윤리성 검증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담당하는 예비심사소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공직 후보자의 진술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2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10일을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50건에 달한다. 국회 운영위는 20대 국회 전반기에 인사청문제도 개선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후반기 국회에서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전면적 수술을 예고하고 나섰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리당략과 정치 공세, 인신공격의 장으로 청문회가 전락한 상황에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식으로 인사청문 절차를 두 단계로 나눠서 진행하자는 게 핵심”이라며 “인사청문제도를 개편할 시에 당장 적용할 것이 아니라 다음 정권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야당과 협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9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만 송부받았다”며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제도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이날 16명에서 22명으로 늘어났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