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이 “죽었다”(dead)고 말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추진해온 협상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인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군 의향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그것은 죽었다”라고 말했다고 미국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탈레반 최고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을 추진했다가 최근 미군이 사망한 카불에서의 테러가 탈레반에 의한 것이었다며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협정 협상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생각이었고 그것을 취소한 것도 내 생각이었다. 다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협상장에서 좀 더 나은 위치에 있기 위해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이 9·11 테러 18주년을 앞두고 당시 대응책을 논의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으로 알려져 자국에서 비판이 인 것에 대해서는 “만남을 갖는 건 좋은 것이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협상에 ‘사망’ 선고를 내렸지만 협상 결렬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현장에서 유지해온 특유의 ‘협상 전술’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요구해온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우리는 나오길 바란다”며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문제 등을 들어 아프간 철군을 줄곧 주장해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의 수를 현재 1만4000명에서 약 8600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 국방부가 미국에 대한 위협을 탐지하기 위해 정보 수집 능력을 충분히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문제는 탈레반에게 어떠한 양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 군대를 철수할 경우 향후 탈레반과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좌초될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그동안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아프간 대통령은 평화협상을 위해 정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9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 군지도자 행사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는 평화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돼있고 적절한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0일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품위 있는 평화를 선택했으며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전이 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