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욘판 감독,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서 홍콩 시위 비난

입력 2019-09-10 14:21
베니스영화제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욘판 감독. 연합뉴스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홍콩 영화감독이 자국 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를 폭동사태로 비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제7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넘버 세븐 체리 레인’으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욘판 감독이 홍콩시위대를 비난하는 수상소감을 남겼다고 8일 보도했다.

욘판 감독은 자신에게 창작의 자유를 준 홍콩에 감사를 표하며 수상소감을 시작했으나 곧이어 최근의 송환법 반대시위를 이번 영화의 배경인 홍콩의 ‘67폭동’에 빗대어 비난했다. 67폭동이란 1967년 홍콩 정부의 노사분규 강경 진압에 맞서 공산주의 단체 주도로 일어난 유혈폭력사태를 말한다.

욘판 감독은 67폭동에 대해 “경찰과 영국군이 ‘중국 북쪽에서 온 세력’이 일으킨 폭동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이 세력이 6개월 뒤 떠나자 홍콩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2년 뒤 ‘또 다른 이상한 세력’이 등장해 자유, 인권,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홍콩을 뒤집어놓았다”면서 홍콩 시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제 길을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유도 잃어버렸다”며 “마치 판도라 상자가 열려 모든 악이 튀어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길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SCMP는 욘판 감독의 수상을 알리는 페이스북 게시물에 네티즌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네티즌은 그의 업적을 축하했지만 다른 네티즌들은 이번 발언을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한때 백색테러와 독재의 피해자였던 자가 단지 일상이 방해받는다는 이유로 시위대를 비난했다”며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홍콩의 송환법 반대시위는 지난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한 뒤에도 지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으며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