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깜짝 엔트리 김혜성 “정말 선발되면 대주자라도 열심히 하고파”

입력 2019-09-10 12:23 수정 2019-09-10 12:52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혜성(20)은 최근 발표된 2019 프리미어12 60인 예비엔트리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 중 하나였다. 프로 2년차인 지난해 주전 2루수, 백업 유격수를 맡아 제몫을 했지만 국가대표 명단에 오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틸리티 선수가 필요한 대표팀에 김혜성은 알토란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올시즌 9일까지 김혜성은 2루수(365⅓이닝)보다 유격수(411이닝)로 더 많이 뛰었고 3루수로도 27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도루 31개, 올시즌은 19개를 기록할 만큼 준족이라 대주자로서도 좋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김혜성이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에 들어가는 것은 시즌 초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해 타율 0.270 5홈런을 기록했던 김혜성은 올 시즌 5월 31일까지 타율 0.210이라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김혜성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다 잘 안됐다. 이유도 모르겠다”며 “부진해서 마음이 급해졌던 게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6월 0.266의 타율로 숨을 고른 김혜성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7월이다. 김혜성은 7월 타율 0.340(47타수 16안타), 지난달 타율 0.354(79타수 28안타)라는 엄청난 활약을 했다. 그 활약은 이달까지 이어져 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3안타를 몰아치며 3타점으로 팀의 6대 1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타율은 9일 현재 0.286(311타수 89안타)까지 올랐다.

김혜성은 최근 활약에 대해 “타격은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잘못할 때에도 위축이 되지 않게 계속해서 믿고 써 주신 감독님의 신뢰가 반등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장정석 키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5개의 홈런을 친 그가 올 시즌은 홈런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난 수십개의 홈런을 치는 선수가 아니다. 신경 안 쓴다”며 “내 역할은 출루해서 득점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덤덤히 답했다. 실제로 김혜성의 OPS(출루율+장타율)는 지난해(0.695)보다 올시즌(0.724)이 오히려 높다. 올 시즌 목표는 “팀의 우승과 잔여경기 무실책”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훌륭한 활약으로 국가대표 명단까지 오른 김혜성이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요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거리는 단연 수비다. 김혜성은 “지난해보다 수비를 더 잘해서 실책을 확실히 줄이고 싶다는 게 올 시즌 목표였는데 잘 안됐다”라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136경기에서 16실책을 한 김혜성은 9일 현재 112경기에서 14실책을 기록했다. 자주 포지션이 바뀌기에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딜 나가도 똑같은 내야수기 때문에 부담은 딱히 없다”며 “내가 실수만 안하면 되는데 자꾸 송구 실책이 나와 속상하다”고 자책했다.

국가대표 선발은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김혜성은 “일단 명단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감사하고 영광이다”라며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말 국가대표에 선발된다면 대주자든 수비든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 도움이 되고 싶다”며 “어떤 포지션에 나가더라도 실수 없이 잘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