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서 불거진 폭력 고소·고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없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만큼, 향후 검찰이 해당 의원들을 어떻게 조사할지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출석을 요구받은 35명 의원 중 30명이 조사를 받았고, 정의당은 3명 모두 경찰에 출석했다. 자유한국당 59명은 아무도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된 18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다. 경찰은 지난 5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 약 4달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사는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경찰이 18건 중 14건을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달지 않고 송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미완에 그쳤다. 경찰은 이번 고소·고발전에 연루된 109명 의원 중 98명을 소환통보했으나, 실제 응한 의원은 33명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출석을 요구받은 35명 의원 중 30명이 조사를 받았고, 정의당은 3명 모두 경찰에 출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59명 중 누구도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 중 31명이 3회 이상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통상 3회 출석을 거부한 일반인에게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같은 경찰의 사정을 알면서도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나머지 필요한 수사는 직접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경찰 단계에서 조사하지 못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조사는 필수로 보인다. 만약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이미 출석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만약 검찰의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바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는 만큼 경찰 단계와는 다른 양상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검찰 기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60여명에 달하는 자유한국당 의원을 일일이 소환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수사도 국회 회기가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불체포특권에 가로막힐 수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의 정치 개입 논란도 수사에 부담이다. 특히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 수사는 자칫 큰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지난 4월 불거진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당시 관련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법이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