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88만원 세대’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지난 1987년 이후 이어져 온 개혁파 명분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조국이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고도 했다.
우 박사는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최소한 1987년 이후로 방어하려는 보수와 이를 공격하려는 진보가 한국에서는 명확했던 것 같다”며 “그 정점에 촛불집회가 놓여 있다. 작게 보면 MB 이후의 보수정권에 대한 반대 흐름이었지만 길게 보면 87년 이후의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 순간에 터져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좋든 싫든 이런 한 시대가 이제는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 정권은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며 “하려고 했는데 못 한 것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하는 척만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같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개혁에 사회개혁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을 보는 일은 고통스럽다”며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고 강조했다.
우 박사는 “더 큰 문제는 10대”라며 “20대~30대는 그래도 대학교에서 집회도 하지만 화가 난 10대의 경우는 투표권이 없어 여론조사에 잡히지도 않고 그들의 불만에 마이크를 대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1987년 이후로 이어져 온 개혁파의 명분은 이제 끝났다”며 “10대·20대가 그것을 명분으로 인정하지 않는 순간 87년 체계의 명분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국에 들인 관심의 1/10만이라도 사회적 격차,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교육 부조리에 썼더라면 지금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았고 그래서 충격이 더 커졌다. 조국 이후의 시대, 이 시대의 특징은 명분이 없는 시대”라고 썼다.
그는 지난달 22일에도 “조국, 난리도 이런 난리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대 학생들이 딸 입학과 관련해 집회를 시작하고 학교에선 부정 입학이 있으며 입학 취소하겠다고 하고. 개인의 인생관과 도덕관으로 간주하기엔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며 “어쩔거냐? 엘리트들의 그런 인생관과 도덕관을 이 사회가 싫다는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억울하겠지만 속도전이나 전격전으로 그냥 버티고 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며 “누가 사법 개혁을 할 것이냐는 다음 문제 아닌가 싶다. 법대가 몇 개고, 로스쿨이 몇 개인데 그중 진짜 괜찮은 사람은 없을까. 뒤로 그냥 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듯싶다”고 했다.
우 박사는 이틀 뒤인 25일에는 “누군가 가르치고 지도하고 그럴 수 있는 덩어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맞다고 하면 맞는거다. 천천히 그리고 가끔은 아주 빠르게, 그렇게 간다”며 “과정이 더 중요한 사회로 우리가 가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단기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은 아니지만 길게 보면 그편이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