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대화제의’ 다음 날 발사체 쏜 북한…‘체제안전 보따리’ 내놓으란 압박?

입력 2019-09-10 08:16 수정 2019-09-10 09:12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보도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오전 불상의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쐈다.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시험발사 한 이후 17일 만이다. 올해 들어 10번째 발사다. 이번 발사는 북한이 전날 미국에 갑작스러운 대화 제안을 한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10일 오전 평안남도 내륙에서 동쪽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며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나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를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발사체 2발을 쏜 뒤 ‘초대형 방사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과 16일에는 각각 함경남도 함흥과 강원도 통천 북측에서 발사체를 쏜 뒤 ‘새 무기’의 시험사격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들 발사체는 미국의 전술 지대지미사일을 본뜬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추정됐다.


북한은 동해에 가까운 곳에서 시험발사를 하며 안전성을 확보한 뒤 발사장소를 내륙으로 옮겨 사거리를 테스트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특히 이번 발사는 북한이 미국에 이달 말 만나자는 제안을 한 다음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또 “만일 미국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앞두고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이나 제재 완화 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 비핵화 대화와 무관하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북한 무기 현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