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안경비대, 한국인 선원 4명 전원구조…‘생존신호’가 기적 낳아

입력 2019-09-10 08:14 수정 2019-09-10 11:14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미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 안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 4명 전원을 구조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 했으나 필사의 구조작업으로 전원 구조라는 해피엔딩이 만들어졌다.

USCG는 이날 오후 5시58분쯤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USCG와 구조 대원들이 마지막 골든레이호 선원을 무사히 구출했다”면서 “모든 선원의 소재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에 갇혀 있던 한국인 선원 중 한 명이 9일(현지시간) 미국 해안경비대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선박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USCG는 이날 낮 12시46분쯤 트위터를 통해 “골든레이호의 승무원 4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USCG는 선체에 구멍을 뚫어 배 안에 갇힌 선원들과 연락을 취했다. USCG는 먼저 2명을 구조한 데 이어 다른 1명을 구조했다. 이어 오후 늦게 나머지 선원 1명까지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USCG 소속 존 리드 대령은 기자회견에서 “(먼저) 구조된 3명은 응급실로 가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 중”이라며 “구조된 선원들은 행복하고 안도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리드 대령은 이들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그들은 도움을 받아 예인선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AP는 먼저 구조된 2명은 걸어서 대기 중인 보트에 내려왔다고 전했다. USCG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구조된 선원 중 다른 1명은 들것에 실려 이동했다.

골든레이호에 갇힌 한국인 선원 4명이 선박의 선미 쪽 프로펠러 샤프트 룸에 있었으며 구조대원들이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선체를 절단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리드 대령은 선체에 가로 2피트(약 60㎝), 세로 3피트(약 91㎝)의 구멍을 뚫은 뒤 점을 연결하는 것처럼 3인치(7.6㎝)씩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구멍을 통해 선원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했고 신선한 공기가 공급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출된 4번째 선원은 나머지 3명과 떨어져 있어 신선한 물과 음식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리드 대령은 설명했다.


한국인 선원들의 생존 신호가 전원 구조라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것은 지난 8일 오전 1시40분쯤이었다.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현지 도선사에 의해 운항하던 중 선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오전 2시쯤 USCG는 골든레이호가 전복됐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구조인력을 배치했다.

선박에 승선한 24명 가운데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한국인 선원이 구조되지 못했던 것이다. 선체 기울어짐과 날씨 등 여러가지 이유로 구조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6시13분쯤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리드 대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체 내부로부터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이것은 정말이지 구조팀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원들이 생존해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USCG는 9일 오전 7시부터 헬리콥터 등 구조인력을 현장에 투입했고 한국인 선원 4명을 모두 구출했다.

한편 리드 대령은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우리는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반선에 실린 차량의 결박이 풀리면서 선미 침하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이 시점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들이 실제로 결박이 풀려서 (배의) 좌현에 놓여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