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남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北 대화제안 반겨

입력 2019-09-10 07:06 수정 2019-09-10 07: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만남은 항상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가는 모습. AP뉴시스

그동안 미국의 대화 요구에 침묵했던 북한이 북·미 협상 재개를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반기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이르면 9월 하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올 것을 요구해 이 문제가 암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북한의) 성명을 봤다”면서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북한)은 (우리를)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만남을 갖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북한에 있던) 억류자들을 돌려받았고 (한국전쟁에서 숨진)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면서 “그리고 오랫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이날 캔자스주 지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계속 이뤄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행자가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에서 미국에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지도자들이 9월 셋째주 (유엔총회에) 모인다”고 강조했다. 유엔총회를 무대로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9일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멈춰 있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북·미 사이의 물밑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에 아직도 많은 난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담화에 대해 “우리는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고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하고 있던 북한이 대화 재개 의향을 밝힌 것만 해도 큰 성과라는 평가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압박을 가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북·미 대화가 어떤 형태로 재개될지도 관심사다. 실무협상 형태로 개최될 경우 스웨덴과 벨기에 등 유럽과 판문점, 평양 등이 개최지로 거론된다. 북한의 새 실무협상 대표로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선 비건 대표가 나선다.

고위급 회담 형식으로 열린다면 뉴욕 유엔총회에서 북·미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의 맞상대로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외교의 실세인 최 부상이 깜짝 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현재까지 유엔총회에 장관급 인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북·미 물밑대화 진전에 따라 북한의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