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담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전하면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문답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면서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억류자들을 돌려받았다. (한국전쟁에서 숨진)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도 오랫동안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망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지만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만남은) 나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하순 중 만남’을 제안한 북한 측 담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이 이르면 이달 중 성사될 가능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군사연습을 문제 삼으며 단거리 미사일을 수차례 시험발사했고, 북미 대화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 측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협상 재개를 미뤄왔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제1부상은 한국시간으로 9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 ‘새 계산법’을 갖고 나올 것을 촉구하면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시었다.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