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검찰, 장관 뒤 파서 낙마시킬 조직…강골 필요해” 8년 전 한 말

입력 2019-09-10 01:00 수정 2019-09-10 01:00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8년 전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토크콘서트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에게 법무부 장관직을 넌지시 제안했다.

문 이사장은 2011년 12월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의 공저 ‘검찰을 생각한다’의 북 콘서트인 토크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을 개최했다. 조 교수는 이 콘서트에 출연해 문 이사장에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어떤 분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지가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다. (대통령이 된다면 법무부 장관으로) 누구를 임명하실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문 이사장은 객석을 향해 “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농담이 아니다”라며 법무부의 비(非)검찰화와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현할 적임자로 조 교수를 꼽았다.

이에 조 교수는 “자리 욕심이 딱 하나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다. 그 외에는 자리 욕심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더(the) 위대한 검찰'에 출연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 유튜브 캡처

조 장관은 이 콘서트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첫째, 검찰과 손잡지 않아야 한다. 즉, 검찰을 이용하지 않는 정권이 있어야 한다”며 “둘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에 대한) 계획을 갖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개혁을 시행하게 되면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뒤를 팔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소문을 흔들어서 사람을 낙마시킬 수 있는 그런 조직이라고 본다”며 “따라서 강골이고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정권 초반에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역설했다. 그는 “(검찰 개혁은) 정권 초반에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정권 후반이 되면 또 다음 정권에 줄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정권 초반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분이 법무부로 들어가서 법무부 안에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을) 나가겠다는 분들은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 (검사들이) 집단항명을 해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며 “검사보를 대거 채용해서 새로운 검찰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조 후보자를 포함한 6명의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저는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법무부)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역시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