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에 한계,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입력 2019-09-09 17:20
동양대 권광선 조사단장(경영학교 교수)이 9일 오후 대학 본관에서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조사에 한계가 있어서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조국(54) 신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57) 교수의 총장상 발급 의혹 논란과 관련, 동양대 진상조사단은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권광선 조사단장(경영학교 교수·전 부총장)은 9일 오후 대학 본관에서 진행한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진상조사단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당시 생성된 자료들을 수집·검토하고 있고 당시 근무했던 교직원에 대한 사실관계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일부 서류들은 이미 검찰로 이관된 상태이고 당시 근무했던 교직원들도 지금은 퇴직한 상태에서 사실적, 물리적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조사에 한계가 있음을 토로했다.
동양대가 이날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하면서 배포한 자료.

권 단장은 “저희 조사단에서는 순차적으로 자료의 발굴 및 관계인에 대한 면담을 통해 제기된 사실 관계들을 규명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우리 대학의 홍보팀장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드릴 수 없다”며 취재진의 양해를 구한 뒤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정 교수 거취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단의 조사 범위 밖”이라고 아예 못 박았다.

권 단장은 정 교수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문제와 관련, “조사단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인사위원회 회부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동양대 진상조사단은 지난 5일 총장 표창장 및 조 장관 딸의 봉사실적과 관련된 사실관계 등의 확인을 위해 최성해 총장 지시로 구성됐다. 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그동안 조 후보 딸에게 총장 표창장이 수여된 경위를 비롯해 정 교수가 표창장 발행에 어떻게 관여됐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또 총장 직인이 찍힌 경위, 대학 측의 직인 관리 실태 여부 등도 함께 조사했다.

대학 직원 중 누군가 표창장을 위조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었다.

지난 6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정 교수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됨에 따라 교수직을 내려 놔야야 할 입장이다. 그는 이번 학기에 3학점짜리 교양과목 2개를 맡고 있다.

동양대 학교법인인 현암학원 정관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직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직위가 해제되면 우선 연구실을 비워야 한다. 급여는 기존의 80% 수준, 3개월 뒤에는 50%로 준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무죄 판결 시 교수직에 복귀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5일에 이어 10일 수업에도 휴강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들이 권 단장을 따라가며 질문을 했지만 그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동양대 측은 당초 오후 1시30분에 진상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언론에 통보했지만 그 시간에 대기중이던 취재진에게 발표시간을 다시 오후 3시로 연기했다.

대학 측은 결국 3시45분쯤 A4 용지 절반정도의 ‘진상조사단 중간발표’라는 자료 한 장을 달랑 나눠준 뒤 권 조사단장이 이를 읽는 것으로 중간발표를 끝냈다. 권 단장은 취재진들이 수 백 미터를 쫓아가며 질문을 던졌지만 끝내 답변하지 않아 거센 항의를 받았다.

영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